해외 상표침해경고장 받자마자 확인해야 할 3가지
해외에서 상표권침해경고장이 날아왔습니다. 외국어로 빼곡한 공문을 보는 순간, 생각이 멈춥니다.
'이 브랜드를 포기해야 하나.' 그 생각이 먼저 드셨을 겁니다. 수년간 쌓아온 브랜드인데, 경고장 한 통에 모든 게 흔들리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을 거고요.
하지만 경고장을 보낸 쪽이 항상 옳은 건 아닙니다. 실제로 상대측 주장이 터무니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확인해야 할 3가지가 있습니다.
1. 경고장을 보낸 상대의 상표가 정말 유효한 건가요?
경고장을 받으면 상대측 주장이 맞다는 전제로 움직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측 상표가 실제로 유효한 등록 상표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KIPRIS(특허정보검색서비스)에서 상대측 상표의 상태를 검색합니다. '출원', '공고', '등록' 중 어떤 단계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집니다. 해외 업체라면 TMview에서 추가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의외로 간과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공문을 보낸 상대가 해당 상표의 실제 권리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상대측 자체가 상표를 침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거든요.
- 상표 상태 확인: KIPRIS → 출원/공고/등록 여부 검색
- 해외 상표 확인: TMview 또는 구글 검색으로 보완
- 권리자 확인: 공문 발신자가 실제 상표권자인지 대조
- 출원/공고 상태인 경우: 거절 가능성이 있으므로 등록 결정까지 대기 여부 판단
상대가 보낸 공문이 법적으로 의미 있는 것인지 이 단계에서 1차로 걸러집니다.
실제로 화장품 S브랜드 육대표님도 핀란드 A업체로부터 "시각적으로 유사하다, 발음이 유사하다, 유럽, 일본, 핀란드 출원을 전부 취하하라"는 공문을 받았습니다. 2020년 겨울, 얼굴이 새하얘져서 연락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포기를 고민하셨지만, 확인할 것부터 확인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공문을 뜯어보니, 전체 6글자 중 앞 2글자만 같고 나머지는 전혀 다른 상표였습니다. 상대측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 이 단계에서 나왔습니다.
상대측 상표의 유효성을 확인했다면, 이제 설령 유효하더라도 그 권리가 내 상표에까지 미치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2. 상대측 상표가 유효하더라도, 내 상표를 못 쓰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상대측 상표가 등록되어 있더라도, 그 권리가 내 상표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표법 제90조가 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우유'라는 단어를 포함한 상표를 등록했다고 해서, '우유'라는 보통명칭 자체를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성명, 상호, 사용방법, 효능, 가격, 현저한 지리적 명칭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상표의 유사 여부입니다. 침해가 성립하려면 상표만 유사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지정상품까지 유사해야 합니다. 외관, 칭호, 관념 세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 중 하나라도 뚜렷이 다르면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상표권 효력 제한: 상표법 제90조 - 보통명칭, 성명, 상호 등은 독점 불가
- 유사 여부 판단: 외관 + 칭호 + 관념 3가지 기준
- 침해 성립 조건: 상표와 지정상품이 모두 유사해야 함
육대표님 사례에서도 이 단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외관, 칭호, 관념을 비교했을 때 앞 2글자 외에는 유사한 점이 전혀 없었고, 같은 앞 글자로 시작하는 상표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까지 확인되었습니다.
회신문에 이 내용을 정리해 보냈고, 수출 바우처 연계까지 진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대측은 어떤 회신도, 이의신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종결이었습니다.
상표권침해 분쟁 비용이 부담되는 상황이시라면, "K-브랜드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을 확인해 보시면 도움되실 겁니다.
3. 확인 결과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요?
유효성 확인과 유사 여부 판단이 끝나면, 마지막은 대응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심판입니다.
상대측 상표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입니다. 국내외 주지, 저명한 상표를 모방했거나,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상표이거나, 자타상품 식별력이 없는 상표라면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등록무효가 인정되면 소급효가 발생하므로, 가능하다면 이쪽이 가장 확실한 대응입니다.
두 번째는 합의입니다.
검토 결과 상대측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면, 브랜드를 변경하거나 공존동의, 라이선스 계약 등으로 합의하는 방향이 현실적입니다.
- 심판 청구: 무효 사유(소급효) 또는 취소 사유(장래효)가 있는 경우
- 합의 진행: 공존동의제, 라이선스 계약, 브랜드 변경 등
- 선사용권 주장: 상대측 출원일보다 먼저 사용 + 국내에 일정 수준 알려진 경우
어떤 방향이든, 경고장을 받자마자 감정적으로 포기하거나, 반대로 무시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확인 → 판단 → 대응, 이 순서를 지키는 게 핵심입니다.
경고장 한 통에 브랜드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대측 상표가 유효한지, 그 권리가 내 상표에 미치는지, 대응 방향을 심판으로 갈지 합의로 갈지. 이 3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판단 기준이 생깁니다.
다만 유사 여부 판단이나 심판 가능성 검토는 글만으로 결론 내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상표의 외관, 칭호, 관념 비교, 지정상품 범위, 상대측 등록 경위. 이런 것들은 경고장 원문을 직접 봐야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거든요.
경고장 때문에 잠 못 이루고 계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내 브랜드 이름 그대로 해외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